소설 '연금술사'는 브라질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저술한 책으로 1988년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설 겉표지에 있는 소개글을 보면 소위 '자아의 신화'라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실제로 내용을 읽어보면 '자아의 신화'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리고 권말 역자 후기에는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지혜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으면서 결코 어렵지 않고 마치 동화처럼 술술 읽히는 이야기'라고 평가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보고 읽은 인상을 요약하면 '사이비 종교경전'입니다. 보편적이지 않은 편향적인 관점을 다루기 위하여 여러 종교의 신화 및 논리, 신비주의적 장치 등을 차용하여 전개해 가고 있으며, 특히 이러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내용 전개가 불명확하고 비논리적임에도 신비주의적 배경을 근거로 하여 작가가 선호하는 특정 결론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타 종교의 소재를 이용하고, 겉보기에는 쉽게 읽혀지나 가만히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고, 신비주의적 장치를 이용하여 논박을 피해가는 등의 특징은 사이비 종교경전의 특성으로 흔히 언급되는 특징들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책들도 나름의 교훈이 있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소위 말하는 교훈이 모든 상황에서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그 교훈이 도출되는 맥락을 적절히 살펴보지 않으면 교훈은 실생활에서 오도된 결론으로 이끌게 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몇몇 눈에 띄는 소재들을 살펴보면 우선 '자아의 신화'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살렘의 왕'이 '자아의 신화는 젊은 시절 이루기 소망하는 무엇'이라고 설명한 내용이 있습니다만, 그리 명쾌한 설명은 아닙니다. 이 설명만으로는 단지 '욕망'에 해당하는 설명이며, 이후 내용 전개에서는 뭔가 신비한 요소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두번째로 '행복'을 설명한 '기름방울 우화'가 있습니다. 우화의 결론으로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데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양치기는... 방랑을 좋아하지만 결코 자신의 양들을 잊지 않는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우화 자체의 결론도 꽤 미심쩍긴 하지만, 어쨌든 그 결론을 인정한다고 치고 이 우화의 설명 뒤에 양치기가 양들을 팔아버리고 방랑을 시작한 것을 살펴본다면, 결국 이 설명을 듣고 난 양치기가 기존에 갖고 있던 행복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결심했다는 구조가 됩니다. 뭔가 보충할 명제가 최소한 하나 더 있지 않으면 ('행복이란 거부해야 하는 요소' 라는 식) 모순되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으로 '표지'라는 것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꿈, 예언, 해몽, 직감, 전설등으로 나타나는 '표지' 혹은 '무언의 언어' 등을 따르라는 논리가 소설 전반에 자주 등장합니다. 소설에서 나타나는 전개 내용대로 따라가게 되면, 이는 곧 '인생에서는 표지가 알리는 대로 행하라'라는 '교훈'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표지'라는 것이 일상중에 발생하는 거의 모든 것에 해당되고 어떤 방식으로도 해석 가능한 애매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될대로 저질러라'라는 말과 똑같은 결론이 됩니다. 다만 이러한 종교적인 가치관을 갖게 되면 사람의 마음은 편안해지고, 따라서 심리적인 도피처를 만드는 데에 한 수단으로 쓸 수는 있습니다. 따라서 이 '교훈'은 적절한 수준에서 '걸러서' 받아들여야 할 내용이라고 볼 것입니다.
이외에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았습니다. 소설 자체에는 시대적 배경이 명확하게 명시되어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베리아 반도에 소재한 도시들이 모두 스페인 치하로 되어 있고(레콩퀴스타 완료 1492년), 이베리아 반도전쟁(1808~1814) 및 영국의 지브롤터 탈취(1704) 등의 언급이 없는 점, 북아프리카에 프랑스 식민정부(프랑스 알제리 침공 1830년)가 존재하지 않는 점, 철도나 내연기관이 언급되지 않는 점 등은 시대적 배경이 15세기 말~ 17세기 말일 것으로 추정하게 합니다. 다만 영국인 연금술사가 '크롬 권총'을 소지했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크롬 권총'은 총기의 내구성 및 미관 향상을 위하여 크롬 마감을 한 권총을 의미하며, '크롬 마감'이 발명된 것은 1920년대, 유사한 겉모습을 가진 '니켈 마감' 또한 빨라야 19세기 무렵부터 실시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다소 미심쩍은 점이 있습니다.
< 참고자료 : Metal Treatments: Plating (http://firearmshistory.blogspot.com/2010/08/metal-treatments-plating.html) >
소설을 읽으면서 얻게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단순히 독해 연습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간접경험을 통하여 인생에 필요한 교훈을 얻고자 할 수도 있으며, 소설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고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설은 자체로 '허구성'을 갖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간접경험을 주기 때문에 다소 주의해야 할 부분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어떻게 '도움'을 얻으며 어떻게 '오도된 교훈'에 빠지지 않을지는 쉽지 않은 내용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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