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 아프리카 반군

[스크랩] [번역] 해적질과의 기나긴 전쟁사 : 역사적 경향 / 미육군 지휘참모대학, 2010년 / 제 5장. 현대 해적 (2)

박용수 2014. 10. 27. 16:41

< 원문출처 : 미육군 지휘참모대학 (http://www.cgsc.edu/carl/download/csipubs/wombwell_32.pdf) pp 128~ pp 133 >

 

 


(5장 계속)

 

 정의가 어쨌든지 간에, 해적질 문제는 다양한 범위의 활동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항구에서의 단순한 좀도둑질로부터 배를 통째로 강탈하는 사건까지가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항구에서의 단순 좀도둑질과 항해 중의 선박을 빼앗는 행동 사이에 사용되는 폭력행사의 수준은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항구에 있는 선박들에 대하여 자행되는 범죄 행위에 수반되는 폭력 수준은, 항해 중인 배에 자행되는 범죄에서보다 통상 낮은 편이다. 이런 범죄에서는 보통 해적들이 신속하게 배에 탑승했다가 신속하게 도주하는 것을 선호하므로, 이들은 쉽게 접근하여 훔쳐갈 수 있는 물건들을 많이 노린다. 예를 들어, 해적들은 페인트나 로프, 수리부속, 전자장비, 선원들의 개인 물품 등을 많이 가져간다. 해적들이 기회적으로 재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opportunistic and quick), 이런 경우 해적들이 그리 많은 약탈품을 챙길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선원들이 대항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항해 중인 배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해적질의 경우는 보다 수행하기가 어려우며, 한편으로 약탈 대상이 배와 화물, 선원들 자체가 된다. 2003년 통계에서 항구에 있는 배를 대상으로 하는 해적들의 공격은 90퍼센트가 성공한 반면, 항해중인 배를 대상으로 한 해적들의 공격에서 승선에 성공한 것은 58퍼센트에 불과하다. 또한 2003년 당시 해상에서 벌어진 해적사건의 경우 보다 폭력적인 경향이 있었다. 2003년 당시 항구에서 벌어진 235건의 사건들 중에서, 사망자와 선원 실종자 수는 단지 각각 2명씩이었다. 한편, 항해 중인 배를 대상으로 벌어진 210건의 사건들 중에서는, 살해당한 선원의 수가 19명이었으며, 실종자는 38명이었다. 또한 납치사건(hijacking)은 총 13건으로, 총 193명의 인질들이 연관되었다. 따라서 항해 중인 배에 대한 사건들은 항구에서의 사건들에 비하면 확실히 그 경중이 다름을 알 수가 있다.

 

 항해 중인 선박에 대해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해적공격의 종류에는 분명 저수준 무장강도행위(low-level armed robbery), 장기 선박점거(long-term ship seizure), 납치(hijacking), 선박탈취(ship theft) 등이 망라되어 있다. 저수준 무장강도행위 과정에는 일시적으로 선박을 장악함으로써, 선원들로 하여금 값비싼 소지품 및 선박 금고를 내놓도록 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공격은 통상 한밤중에서 04:00시 사이에 벌어진다. 희생자들은 통상 15노트 가량의 속도로 항해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해적들은 상선 측면쪽으로 고속보트(high-powered speedboats)를 타고 접근함으로써, 선박의 레이다를 피한다. 4~10명의 해적들이 상선 측면으로부터 그래플링 후크(grappling hooks; 로프에 갈고리가 달린 등반도구의 일종. 역주)나 대나무 장대 등을 이용하여 승선한다. 이들의 제 1차 목표는 선장실(master's cabin)에 있는 금고다. 해적들은 금고를 여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선원들을 붙잡아 금고를 열도록 강요한다던지, 아니면 개인 물품류, 예를 들어 현금, 보석, 시계, 신용카드, 망원경, 카메라, 전자장비, 의약품 등을 내놓도록 한다. 따라서 해적들은 선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하기 위하여 일정 수준의 폭력을 사용하게 된다. 이 공격 과정은 실패하든 성공하든 간에 통상 15에서 20분 가량이 소요된다. 어쨌든 이러한 종류의 해적질은 고속보트와 무기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간단한 좀도둑질에 비해 훨씬 정교한 계획이 필요하다.

 

 장기 선박점거(long-term ship seizure)의 경우는 목표가 선박의 화물에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저수준 무장강도와 비슷한 것이다. 해적들은 해상에서 선박의 화물을 다른 배로 옮겨 싣거나, 또는 피탈 선박을 안전한 항구로 끌고 가서 화물들을 내려놓는다. 납치(hijacking)의 경우 배 전체를 빼앗게 되며, 선박, 화물, 선원들을 몸값을 받기 위해 억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해적들이 배를 훔친 뒤에 화물은 처분해버리고, 훔친 배를 다른 이름으로 위장등록한 다음에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해적공격들에는 모두 높은 소준의 폭력이 수반되며, 때때로는 무고한 선원들에 대한 살인 행위가 자행되기도 한다.

 

 해적질은 국제적인 범죄다. 하지만 이를 제압하는 수단은 국제적인 공조가 아닌 일국의 노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권문제와 크게 연관이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해적질이 창궐하는 지역을 살펴보면, 보통 개발도상국(developing nations)이 통치하는 지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1820년대 당시의 쿠바와 푸에르토리코에서의 스페인 사람들처럼, 이들 국가들의 상당수는 타국이 자국영해 내에서 해적들을 추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는 이러한 행위가 이들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잠식해 들어올 잠재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해적들은 이 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공해에서 선박들을 공격한 뒤에 해당국 영해로 도망치는 수법을 사용한다.

 

 해적질은 1990년대 중반에 증가하기 시작한다. IMO에 따르면, 1994년까지 전세계에서 연평균 42건의 해적질이 발생한 것으로 되어 있다 (표 1 참조). 이후의 4년간인 1995-1998년 기간에는 연평균 해적질 건수가 216건으로 급증한다. 1999년에는 다시 이 숫자가 급증하며, 연평균 해적질 수가 처음으로 300건을 돌파한다. 지난 10여년간 연평균 해적질 건수는 계속 증가하여 332건에 육박한다.

 

(표1. 1984년에서 2008년 기간의 해적사건의 수)

 

 지난 20여년간 왜 해적질 규모가 증가하였는가? 여러 설명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단순히 기회의 증가를 꼽을 수가 있다. 세계 경제가 점점 밀접하게 서로 연관되게 되었고, 모든 화물의 80퍼센트 이상이 해상운송됨에 따라,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는 배의 숫자도 증가하게 되었다. 이들 선박들의 상당수는 반드시 말라카 해협(Malacca Straits)이나, 밥 엘만뎁 해협(Strait of Bab el-Mandeb),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등의 병목지점을 통과해야만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기타 다른 지점으로 도달할 수가 있다. 병목지점들은 단지 잠재적 먹잇감들을 특정 지역 내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또한 상선들이 이들 교통이 복잡한 지역에서 속도를 낮춰야 하도록 만들게 됨으로써, 해적들이 이들을 노리기가 더욱 쉽게 만든다. 지난 수십년간 선주들은 선원들의 숫자를 감소시켜 왔기 때문에, 현대 해적들이 들키지 않고 이들 선박들에 몰래 접근하여 올라타는 것도 더욱 쉬워졌다. 경제 불황이라던가, 해상감시자산을 해적소탕작전에서 대테러작전용으로 재배치한다던가, 느슨한 항구 및 연안 경계(lax port and coastal security), 정치적 부패 등도 모두 여기에 기여하는 요소들이다. 마지막으로, 무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해적들이 보다 대형의 어려운 목표물도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는 화력을 제공하는 요소가 된다.

 

 비록 해적사건이 급증하였음에도, 선사들은 해적들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들을 도입하는 데에 놀랄만큼 인색하였다. 이러한 수단에는 Secure-Ship이라고 하는, 선박 둘레에 설치 가능한 조립식(collapsible) 비살상 9천볼트 전기철조망이라거나; LRAD(Long-Range Acoustic Device)라고 하는, 침입자에게 고주파 음성을 발사하는 장치라거나; 간단히 물대포 등도 있다. 선사들은 또한 선원들을 무장시키거나, 또는 무장 경호원을 고용하여 선박을 보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단들은 잠재적 위험성이 있었고, 비용이 필요했으며, 또한 법적으로도 복잡한 문제들이 있었다. 미국 제 5함대 사령관 빌 고트니 소장(Vice Admiral Bill Gortney)의 경우에는 무장 경호원 활용을 지지하는 편이다. 그는 회사들이 무장경호원을 고용하여 육지의 자산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이들이 무장경호원을 고용하여 자기네 선박들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운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은, 이러한 행동이 오히려 해적들로 하여금 더 강력한 무력을 사용하게 부추기게 되어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게다가 경호원은 비싸다. 비무장 경호원의 경우에는 3~5일간의 항해(transit)에 12,000달러에서 18,000달러 가량이 소요된다. 무장 경호원의 경우에는 자체 호위선박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튼 항해당 10,000달러에서 200,000달러 가량이 소요된다. 또한 선사들이 경호원을 고용했다 하더라도, 이게 실제로 효과가 있으리라고는 또 보장할 수가 없다. 실제로 2008년 11월 28일, 화학약품 운반선 비스카글리아 호(Biscaglia)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당할 당시에도, 선박에는 LRAD를 운용하는 비무장 경호원들이 탑승하여 있었다. 당시 해적들을 쫓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한 경호원들은, 임무를 포기하고 배 옆으로 뛰어내렸다. 이들은 나중에 독일 해군 헬리콥터에 의하여 구조된다. 선사들은 선원들을 훈련시키고 무장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납치시도 과정에서 사용되는 폭력 수준을 증가시킬 위험성이 있다. 또한 여기에는 상당한 법적 문제점들도 있는데, 상당수 국가들에서는 선원들이 무기를 항구 내로 반입하는 것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모두 초기에는 말라카 해협에서 무장 경호원을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였다. 지금은 양보한 상태다.

 

 선주들이 방어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또다른 이유로는, 해적질로 인한 손해비용, 즉 화물 도난이나 몸값, 또는 보험료 인상이나 위험수당 인상 등의 규모가 전체 해운무역 규모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해적질로 인한 손해에 대한 추산치는 5억달러에서 250억 달러까지 범위가 넓다. IMB에서 추산하는 값은 연간 10억달러에서 160억달러 사이로 되어 있다. 이 숫자들 중에서 최대치로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250억달러라는 숫자는 2005년 전세계 해운규모 예상치인 7조 8천억달러에 비하면 그리 큰 것이 아니다. 비록 유괴와 몸값에 관련된 보험료가 거의 10배로 뛰게 되어, 아덴만(Gulf of Aden)을 통하는 항해 보험금이 회당 3만달러가 되었음에도, 이는 희망봉(Cape of Good Hope)으로 항로를 바꾸는 것에 비하면 여전히 싼 값이다. 100여척의 자사 선박을 아덴만으로 통과시키던 한 노르웨의 회사는, 최근 이 항로를 포기함으로써 매일 3만달러의 추가비용이 소요되게 되었다고 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을 수에즈 운하 대신에 희망봉을 거치도록 하게 할 경우, 거리는 2700마일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연간 3500만달러의 연료비의 증가와 함께, 1년에 6번 왕복할 수 있는 것을 5번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 보험이 갖고 있는 위험 분산효과 때문에, 비록 그 보험료가 엄청나다 할지라도, 무장 경호원을 승선시키는 것이나 아예 항로를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바꾸는 것 보다는 여전히 그 비용이 저렴하다. 따라서 해운회사들로서는 효과적일지 아닐지 확실하지도 않은 해적 대비책에 돈을 투자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해적질은 단순히 국제적인 문제일 뿐만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난 5년간 전 세계에서 벌어진 보고된 해적질 건수는 평균 280건이었다. 2004년에는 이들 중에서 47퍼센트 가량이 동남아에서 벌어진 반면, 아프리카 동부해안에서 벌어진 숫자는 5퍼센트 미만이었다. 2008년에는 새로운 경향이 등장하는데, 이는 해적질이 갖고 있는 지역성을 말해주고 있다. 2008년에는 모든 해적질 건수의 44퍼센트가 아프리카 동부해안, 즉 소말리아 부근에서 벌어졌다. 한편 동남아시아에서의 해적질은 전체 건수의 16퍼센트로 그 비중이 감소하였다. 세계의 관심은 이에 따라 소말리아 해적으로 옮겨갔다 (표 2 참조). 이들 2 지역 - 즉, 동남아시아 및 소말리아 -이야말로 현대 해적들이 가장 창궐하고 있는 지역이다.

 

(표2. 2003-2008년 사이의 지역별 해적질 건수)


 

동남아시아의 해적 (Southeast Asian Piracy)

 

 1990년대의 동남아시아 해적질의 증가는 국제 무역, 특히 해상 무역의 증가로 인해 촉발되었다. 오늘날, 전세계 무역량의 80퍼센트가 바다를 통해 운반된다. 46,000척 이상의 상선들이 바다를 통해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무역량이 큰 국가이며, 그 무역의 상당량은 아시아, 특히 일본, 대한민국, 중국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1990년대를 거쳐 급속도로 성장하였으며, 1990년과 2000년을 비교하였을 때 거의 5배로 증가하였다. 중국으로 향하는 혹은 중국으로부터의 선박 물동량도 당연히 증가하였다. 말라카 해협과 인도네시아 영해의 현대 해적들이 노림직한 먹잇감의 숫자도 이러한 무역 증가와 함께 증가하였다.

 

(5장 계속)

출처 : FocusWar
글쓴이 : 운영자-박용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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