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출처 : 미육군 지휘참모대학 (http://www.cgsc.edu/carl/download/csipubs/wombwell_32.pdf) pp 138~ pp 144 >
(5장 계속)
해적들의 공격이 모두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8월 8일, 해적들은 아체 주 근방 말라카 해협에서 MV 동억 호(MV Dong Yih)를 공격하였다. 해적선은 마치 석유시추 지원선과 비슷하게 생겼었기 때문에, 동억 호 선원들은 처음에 이들을 무시한다. 2척의 해적선원들은 동억 호에 2시간 넘게 200발 이상의 탄약을 쏟아부었다. 동억호는 끝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았고, 해적들은 결국 배에 승선하지 못했다.
유조선 체리 201호(Cherry 201) 사건에서 선원들에 가해진 처우를 통해, 말라카 해협에서의 폭력의 증가 정도를 확인해 볼 수 있다. 2004년 1월 5일, 해적들은 동 선박을 납치한다. 해적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하여 선장은 석방한다. 최초 해적들은 47,000달러 이상을 요구했으나, 선주와의 협상 결과 그 숫자는 1/4로 줄어든다. 불행하게도, 선사에서 추가 협상을 시도하자, 화가 난 해적들은 선원 중 4명을 살해한다. 나머지 인질들은 바다로 뛰어들어 도주한다.
말라카 해협 북부 지역에서 해적들의 주요 타겟은 말레이시야 어부들이다. 어부들의 최신식 트롤 어선에는 통상 4명만이 탑승하며, 가격은 210,000달러~ 275,000달러에 육박하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어선이야말로 상대적으로 쉽게 탈취할 수 있는 먹음직스런 목표가 된다. 1990년대 시기, 인도네시아 해적들이 어선들을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할 경우, 그 가격은 통상 27,000달러 가량이었다. 2001년 이후, 해양 순찰이 보다 빈번해짐에 따라 해적들이 납치 선박을 통째로 끌고 도주하기가 더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트롤 어선의 선장만을 납치하는 방법으로 전환하게 된다. 몸값은 통상 어선 가치의 10퍼센트 가량이었다. 해적들의 창궐로 말미암아 말레이시아 어업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비록 대부분의 사건들은 IMB에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난 5년간 인도네시아 해적들은 평균 월 1척씩의 어선을 납치해간다. 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몸값이 8,000달러 수준에서 27,000달러 가량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부패한 인도네시아 관리들이 납치 선박 석방에 종종 이 27,000달러 이상의 댓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해적질의 정점을 이룬 시기는 2003-2004년이었다. 2004년에는 전 세계 해적 사건의 47퍼센트 (표 2 참조)가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하였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2005년 로이드 연합 전쟁 평의회(Lloyd's Joint War Council)에서는 말라카 해협을 '증가된 위협 지역(area of enhanced risk)'이라고 선포한다. 이 결정은 해상 범죄행위와 이슬람 군사조직들의 활동 모두를 고려한 것인데, 이로써 보험회사들은 화물 보험시 화물 총가치의 0.10퍼센트에 상당하는 전쟁 할증요금(war surcharge)을 추가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 결정에 가장 영향을 받게 된 3개 국가, 즉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이 결정에 격렬히 반대한다. 전쟁 위험이라는 판정으로 이들 국가들이 해적 소탕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2006년 중반에는 이 지정이 철회될 수 있었다.
하지만 통계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는 것 또한 위험하다. IMB에 따르면, 해상에서의 해적질은 1991년의 107건에서 2003년의 445건으로 4배 증가하였다. 하지만 2005년을 끝 지점으로 삼게 되면, 전체 증가 수준은 덜 심각해 보이게 된다: 107건에서 276건으로 늘어난 것에 불과하며 3배가 채 되지 않는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평균적으로 모든 해적질의 1/3이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하였다 (표 2 참조). 그러나 158건의 해적질이 발생한 2003년 같은 해를 살펴본다 하더라도, 이곳 지역의 총 교통량 대비 비율, 즉 연 5만척이 넘는 상선들이 통과한다는 것을 감안하였을 때, 그 발생율은 0.32퍼센트라는 미미한 값이 된다. 해적질 확률이 1퍼센트의 1/3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들 내지 선사들의 입장에서 해적 방지에 많은 자금이나 자원을 쏟아붓기 꺼린다는 사실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해적들의 공격에 희생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며, 희생자들은 종종 구타당하고, 인질이되며, 종종 살해당하기도 한다.
해적들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있어 또 하나의 심각한 장벽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가 서로 협력하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국 주권 보호에 민감하며, 조금의 약점이라도 보이면 타국이 자국 영토를 탐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가끔씩 해적 소탕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한다. 1992년 5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는 연합 순찰 지역을 설정하였다. 2개월 후,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는 순찰을 공조하기로 합의하고, 싱가포르 해협과 필립 수로에서의 활동 정보를 공유한다. 순찰 공조로 말미암아 싱가포르 해협에서의 해적질은 다소 감소하긴 하였지만, 각국이 자국 영해 내에서만 활동한다는 제약조건은 아직도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해양 경찰력이 해적들을 추격할 때 이웃나라 영해까지 진입하지 못하는 한, 이러한 노력은 상당히 무력화되게 된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의 해적소탕 노력은 아직도 주권문제라는 모래톱에 걸려 허우적대는 셈이다.
일방적인 작전이야말로 당연히 지역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1992년 6월, 인도네시아 해군은 '해적 끝장내기 작전'(Operasi Kikis Bajak/ Operation ENDING THE PIRATES)을 개시하여 리아우 군도 일대에서 집중적인 순찰 및 정보수집 활동을 실시하였다. 수십명의 범죄자들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다. 이 작전으로 수년간 지속되던 해적들의 활동이 드라마틱한 감소를 보이게 된다. 1992년 마지막 4개월간 싱가포르 해협과 필립 수로에서는 해적공격이 자취를 감췄으며, 이후 2년간 연평균 해적 공격 사건의 수도 8건으로 감소한다. 말레이시아 역시 2005년 몇차레의 일방적인 활동을 하였으며, 정부는 무장 경찰관을 터그 선과 바지 선에 탑승시켜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귀중품 운반선들에 대한 호위를 시작하였다. 싱가포르 역시 자국 영해 내에서 승선 및 호위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은 반드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효과는 금방 사라질 것이다.
해적질 건수는 몇가지 사건들이 겹치게 되어 재발하게 될 때까지 몇년간 꾸준히 줄어든다.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와, 이어 1998년 수하르토의 실각, 이어진 정치적 불안정은 1990년대 말 해적질이 다시금 증가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인도네시아 해역에서의 해적공격의 숫자는 1년만에 2배로 증가하여 1999년 기준으로 115건이 발생한다. 항해 중 선박에 대한 공격 숫자는 1997년의 11건에서 1999년에는 49건으로 급증하였다. 인도네시아 영해 밖의 말라카 해협에서의 공격 숫자도 1998년의 3건에서 2000년의 91건으로 증가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0년 초 다시 한번 검거 열풍을 일으킴으로써 해적질을 한동안 다시 억누르게 된다. 아시아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근방 해역에서의 해적질 사건은 1990년대 내내 상당히 적은 숫자를 유지한다. 이 2개 국가는 인도네시아에 비하여 해적 소탕에 통상적으로 더 많은 자원과 관심을 쏟아왔다. 게다가 2000년 초 무렵 말레이시아 영해에서 해적질이 급증하였을 때, 말레이시아 정부는 해적소탕 순찰을 강화하였다.
2003년의 또 한번의 급증 이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는 연합 해상 순찰(Operation MALSINDO)을 말라카 해협에서 수행하기로 합의한다. 2004년 7월, 3개국은 이 550마일 길이의 해협을 대상으로 24시간 순찰을 시작하게 된다. 이로부터 얼마 안가, 말라카 해협에서의 해적질 건수는 2004년의 38건에서 2005년의 12건, 2008년에는 2건으로 감소하게 된다 (표 3 참조). 3개국 사이의 공조는 아직도 어려움이 있는데, 이는 선박들이 상대국의 영해로는 진입할 수 없게 되어 있고, 이러한 지속적인 순찰을 지속하기 위한 3개국의 능력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표 3. 말라카 해협에서의 연간 해적질 건수)
이 지역의 해적질과 테러리즘을 소탕하는 데에 영향력을 증대시키고자, 미국에서는 정보 공유를 통한 해적질 및 기타 해상 위협에 대한 안보향상방안으로 지역해상순찰단(Regional Maritime Security Initiative, RMSI)을 제안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RMSI에 참가하기를 거부하는데, 이는 2004년 3월의 미 해군 태평양 사령부 사령관 토마스 B. 파고 제독의 국회 증언 당시 여기에 미국이 고속정에 탑승한 해병대와 특수부대 인원을 파견하여 말라카 해협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데 따른 것이다. 단지 싱가포르만이 이 제안에 찬성하였다. 미국은 RMSI에 계속 찬성하고 있으며, 해상 작전들을 조율하는 프레임워크로 보고 있다. RMSI는 정보 공유를 증진시키고 상황인식(situational awareness)을 강화시키며, 결심수립을 향상시키며, 잠재 위협에 대항하는 국가들의 능력을 증가시키고, 국제 협력을 증진시키게 된다. 현 시점에서 RMSI는 아직 형성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자발적 의지의 연합체(coalition of the willing)" 간에 해적들 및 기타 위협들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애매한 개념 수준이다.
미국에 의지하지 않고 지역 협력을 증진시킨다는 노력으로는, 말레이시아 부수상이 2005년 6월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지역안보회의(regional security conference)에서 제안한 방안을 들 수 있다. 나집 라작(Mr. Najib Razak; 2009년 4월부터는 수상임. 역주)은 이 지역의 해양 안보를 위해서는 상당한 협조 및 상호조율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국가들간에 해상 항공감시를 조율하고 해안레이다 자료를 공유(link)하며, 무선 추적 네트워크를 통하여 신기술로 법집행 기관들에 실시간으로 정보제공이 이뤄진다면, 라작은 국가들이 해적들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라작은 이들 행동은 지역 국가들에게 달려있으며, 이들은 반드시 모든 안보 수단들을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 1차 책임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또한 해적들을 소탕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해적들의 지상 해방구들을 제거함으로써 이들을 보급시스템으로부터 단절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비록 그가 협력과 협조를 강조하긴 했지만, 또한 모든 행동들은 반드시 각국의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그는 인접국 해역으로의 추격(hot pursuit into adjacent territorial waters) 권한을 부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협력작전은 모두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스스로의 주장과는 모순되는 셈이다.
미국의 RMSI에 대하여 계속 의심을 품고 있는 지역 국가들은 이것 외에도 여러가지 대안들을 내놓았다. 이러한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아시아 선박들에 대한 해적질 및 무장강도에 대항하기 위한 지역협력조약(Regional Cooperation Agreement on Combating Piracy and Armed Robbery Agaist Ships in Asia, ReCAAP)'이다. 2005년 당시의 싱가포르, 일본, 라오스, 캄보디아의 4개 회원국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총 14개 지역 국가들이 참가하고 있다. ReCAAP는 정보 교환 및 연구 수행, 아시아의 해적질 및 해상 무장강도행위에 대한 자료분석 등을 수행한다. 모든 정보흐름은 각 국가별 소스, 즉 회원국들의 해경 및 해군으로부터 싱가포르의 정보공유센터(Information Sharing Center)로 향한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해적 문제에서 가장 밀접하게 연루되어 있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여전히 ReCAAP 조약에 참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또한 ReCAAP이 만들어진 동기의 일부는, 해적소탕의 구심점으로 작동하고 있는 비정부기관인 해적신고센터(Piracy Reporting Center)에 대한 지역국가들의 불만에서 기인되었기 때문에, ReCAAP가 얼마나 객관적이고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다.
또 다른 지역기구로서 '하늘의 눈(Eyes in the Sky, EiS)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의 4개국이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말라카 해협 상공에서의 연합해상공중순찰 작전이다. 각국은 여기에 항공기 2대씩을 투자하며,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이들 국가들간의 다른 합의들과는 달리, 이 조약에서는 다른 가맹국 공역에 대해서 제한적인 (3마일) 침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것치례(window dressing)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 단지 주 8회의 순찰로는 해협 전반에 대해 효과적인 커버가 불가능하며, 또한 항공기로 확인한 의심선박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는 충분한 해상 선박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들 활동들이 모두 조합되어 해적질은 어느 정도 진정된다. 2003년 당시의 158건으로 최고조를 이루던 이 지역의 해적질은(표 2 참조), 2008년에는 47건으로 감소한다. 이 결과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성과라고 할 만하다. 이들 국가들이 미국의 RMSI 제안을 거부한 대신, 다른 대안을 도출하여 실행하였기 때문이다.
비록 협조, 훈련, 순찰선박 및 감시장비 획득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자국의 광대한 영해를 스스로 모두 순찰할만한 자원을 갖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해적질을 영구히 소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해적소탕을 위하여 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하거나 또는 연합국들이 자국 영해 내에서 해적소탕 작전을 돕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 지역에서의 해적질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비록 인도네시아가 해적질에 취약한 지역에 사는 이들에 대한 경제적 복지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약간 하긴 했지만, 리아우 군도와 수마트라섬 동부 해안의 안전한 해방구들이 영구적으로 제거되기 전에는 동남아시아의 해적질은 계속 문제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인도네시아만이 해결할 수 있는 국내 치안문제이다.
(5장 계속)